한국의 보수주의와 민주주의

 

국가의 몽환상태에서 각성하고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민주주의는 과연 무엇이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어떠한 문제에 처해있을까?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통치한다.'는 정치이념이다. 즉, 모두가 모두를 통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실제운용은 굉장히 작위적이다. 학자들은 민주주의 원리가 시민이 광장에서 공동체의 문제를 직접 결정한 고대 아테네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지만 이는 명백한 오류이다. 민주주의는 아테네의 민주주의에 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아테네의 민주주의와 전혀 다른 성질의 이념체계이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리'로 운영된다. 단순히 민주주의를 다수결의 원리로 생각해버리면, 민주주의는 이념체계가 되지 못하고 '민주제'가 된다. 민주주의를 이념이라고 볼수 있는 이유는 자유와 평등, 박애까지도 근본원리로 삼는 거대한 사상체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대중민주주의이자 정당민주주의이다. 정당이란, 정권과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결사체를 말한다. 정당 내 민주주의와 정당민주주의는 구분이 필요하다. 정당 내 민주주의는 충실한 기간당원제를 기반으로 정당의 의사결정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형태로, 상향식 공천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반 면 정당민주주의는 정당이 대중의 의사를 수렴하여 경쟁하는 형식을 의미한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정당민주주의의 기초가 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의 정당은 공통된 이념이나 정책 없이, 보스(boss)와 유명한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이념이 대중화되지 못하니, 정당들은 과두들을 중심으로 뭉친 '패거리'로 전락했다. 국민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과두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적 조직이 된 셈이다. 독일의 정치학자이자 막스 베버의 제자인 로베르트 미헬스의 '과두제의 철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여준다. 미헬스는 조직이라는 것은 소수가 지배하는 과두제의 경향을 내포하고 있으며, 정당이나 노동조합 또는 다른 어떠한 종류의 단체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은 소수에 의해 지배되는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과두만이 있는 정당은 언제든지 당명은 물론 당의 이념과 정책을 바꿀 수 있다. 역사가 5년이 넘는 정당이 없는 민망한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원래 당의 이념을 결정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요소는 복지정책이다. 보수를 대표하는 새누리당과 진보를 대표하는 더불어 민주당의 두 복지정책은 사실상 다른 것이 없다. 두 복지정책 모두 좌파적인 성격이 강하다. 또한 복지정책의 대부분은 서구에서 철회하고 있는 정책들이거나, 서구의 복지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복지정책의 문제점은,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통해서 더 구체화된다.


 우리나라의 부채는 급속도로 늘기 시작해, 지난해 중앙정부 부채만 590조 5000억 원이 되었다. 여기에 공기업 부채 500조원과 공무원연금 부채가 더해진다. 다 합하면 1800조가 넘게 된다. 현재 12개의 공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은행이자를 내지 못한다. 인력 구조조정 역시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무원들은 적게는 200억에서 많게는 몇 천 억에 해당하는 성과급까지 찾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200조 원이 넘었다. 1인당 가처분 소득은 4인 가족 기준 6000만 원 수준이다. 주거비용, 사교비용, 통신비용, 의료비용 등으로 인해 1인당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서, 아내가 파출부까지 하는 나라가 되어 버린 셈이다.


 이러한 국가의 위기 속에서, 정치인은 30대 이하의 미래세대를 위해서 힘을 써야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나 표를 획득하기 위해서만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빚을 내 '이전지출'을 감행하고 있다. 서구의 이탈리아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이전지출 때문에 경제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경제, 정치면에서 굉장히 위험한 상황임에도, 정부는 이를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IMF와 IBRD는 2011년 우리나라에게 모든 부채를 보고하라고 경고했다. 부채는 국민의 세금을 요구하며, 언제라도 갚을 수 있는 쉬운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은 내년 대한민국의 대선이다. 다음 대선 주자는 몽환상태에서 각성해, 구조적인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