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와 한국경제 : 낙관론 또는 비관론

 

 

 14일 미국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6 회계연도(2015년 10월~2016년 9월)에 약 5874억 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1992년부터 25년간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경제의 외환위기를 걱정하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그 이유는 그들이 사용하는 달러가 곧 전 세계가 사용하는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기축통화발행국은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미국은 6센트의 비용으로 100불의 가치를 얻어낼 수 있으며 외환위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반면 미국을 제외한 비기축통화발행국은 언젠가 한 번은 외환위기를 당해야하는 원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화 역시 국제결제가 불가능하기에, 항상 달러로 대표되는 대외결제용 통화를 충분히 따로 챙겨놓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달러가 부족해지면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운명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7년 IMF이다.


 1996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적자는 역사상 최고인 231억 달러를 기록했다. 당시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5574억달러로,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GDP대비 4.1%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는 달러당 800원대의 환율을 그대로 방치해 수지방어에 실패하고, 결국 1997년 외환위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었다. GDP의 4.2%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하면서, 외화가 부족해지고 외국자본이 등을 돌렸다. 한국경제에 불안감을 느낀 외국자본은 들어올 때는 매우 신중하고 서서히 들어온 반면, 한꺼번에 유출되어 한국 경제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그 결과, 97년 11월부터 98년 3월까지 단 5개월간 214억 달러가 유출되었다. 위기에 몰린 우리나라는 IMF(국제통화기금)에게 외화 지원을 요청할 수 밖에 없었다. 210억 달러가 지원됨과 동시에 IMF는 혹독한 긴축정책을 요구했다. 30%에 육박하는 고금리에다 흑자재정 유지라는 초긴축정책이 시행되면서 한국 경제는 1998년 -6.9%라는 역사상 최대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우리나라에게 찾아온 두 번째 위기인 2008년 경제위기는 1997년 경제위기와 그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에는 경제 위기가 오지 않았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에게 경제 위기가 찾아와 시장이 얼어붙게 되었다. 그 결과, 2008년 9월 리먼 파산 이후 12월까지 4개월간 695억 달러의 외국자본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갔다. 하지만, 27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와 미국과의 300억 달러 통화스와프로 인해 그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미국의 재무부를 설득해 미국의 중앙은행으로부터 300억 달러를 지원받는 프로그램을 성사시켰다. 그로 인해 2008년의 위기를 깨끗이 넘어 갈 수 있었지만, 이는 우리의 힘으로 극복한 것이 아닌 미국의 지원으로 극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무너지든 안 무너지든, 비기축통화발행국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숙명을 짐작해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두 번의 경제위기는 중국에게 많은 지침을 주었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를 참고해, 현재 3조 달러에 달하는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 정상회담에서 중국에게 정식 지원 요청을 할 정도로 중국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이토록 외환보유에 힘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IMF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IMF의 뒤에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국가가 숨어있다. IMF의 정관에 따르면 9가지 정도의 주요 의사결정 의결정족수는 85% 찬성이 필요하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이 중 미국이라는 국가가 차지하는 비율은 17%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의 비율은 83%이다. 85%라는 비율이 불합리하니 과반수로 바꾸자고 하고 싶지만, 그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85%가 필요하다. 2%가 부족해서 항상 통과할 수 없는 셈이다. 즉, 미국의 지령을 들고 오는 IMF이기에, 중국은 위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 외환관리에 노력할것이다.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또 하나의 나라, 일본은 '악어의 입'이라는 재정문제를 겪고 있다. 세금으로 걷히는 돈은 50조 엔에 불과하나, 쓰는 돈은 100조엔이 넘는다. 23조 엔의 국채 이자를 갚고, 복지비 34조 엔을 쓰고 나면, 50조 엔은 증발한다. 특히, 일본의 복지비용은 엄청난 액수이다. 일본 정부가 1963년부터 100세 장수 노인을 축하하기 위해, 8만 원의 특수 은제 사케 잔을 지급하는 정책을 펼쳤다. 당시 100세 노인은 총 159명이었지만, 2016년 100세 노인은 3만 2400명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더 이상 순은으로 된 잔을 보내기에는 재정이 악화되므로, 은도금 처리가 된 잔을 보내게 되었다. 일본의 이러한 재정위기는 2026년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인구의 20%에 이르게 될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악어의 입이 계속 벌어지다보면, 악어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일본의 재정문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근본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겪는다. 최근 미국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다. 과거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방치됐던 셰일 오일이 미국의 기술개발에 힘입어 상업성을 확보했고 생산량이 급증,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과 유가를 하락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대표적인 원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해운이 줄어, 해운업이 위기를 맞게 되었다. 해운회사가 배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자, 조선업 또한 상황이 악화되었다. 하루에 7억 원을 받고 빌려주었던 석유시추선 역시 그 수요가 감소하게 되었다. 원유 수출로 인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타국의 상품을 대량 구입하던 원유국들의 위기는 무역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게 악재가 되었다. 또한 우리나라 바로 옆에 위치한 중국 역시 투자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가서 내부에서 상품을 충당해, 외부에서 수입하는 상품이 줄어들게 되었다. 이러한글로벌 경제 상황은 모두 우리에게는 악재가 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대외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대한민국 뉴 글로벌 전략'의 수립과 가동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