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정책과정 명사초청특강>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최고위정책과정에서는 5월 31일 (목)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여 1시간여 동안 반기문 제8대 UN사무총장님을 모시고 '유엔과 세계시민정신'의 주제로 특강을 개최하였습니다.


       


<유엔과 세계시민정신>

 

 세계시민 정신은 시민들보다도 지도자들이 급선무로 함양해야 할 의식이다. 세상에 많은 국제적인 문제들이 일어나는 것은 시민들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정권을 가진 지도자들 때문이다. 각국이 자국의 이익만을 고려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촌에 갈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세계시민정신이 함양되지 않으면 세계가 공동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사무총장에 취임하자마자 비엔나에 반기문 세계시민센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임기가 끝난 지금 이제는 하나의 시민으로서 유엔에서 하던 일을 국제올림픽 윤리위원장, 보아오 포럼 이사위원장, 녹색성장발전기구 이사장 등의 역할을 통해 국제적으로 공적인 보직을 가지고 개인적으로 일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세계시민이란 사전적으로 보다 평화롭고 관용적이고 포용적이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적극적으로 촉진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인데,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것은 우리 세대가 향유하는 여러 가지를 다음 세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그들에게도 향유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에 책임을 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발휘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세계시민의식의 다섯 가지 조건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회사를 비롯해 자신이 이끄는 공동체가 국가, 나아가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 겸손하고 성실하게 남을 잘 이해하고 받들어야 한다. 노자의 상선약수라는 격언과 같은 뜻으로 최고의 선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노태우 대통령을 물대통령이라고 많이들 불렀다. 힘이 없어 보이고 리더십도 없어보여서 그런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지구의 70%는 물이고 몸의 70%도 물이다. 물은 삼라만상의 필수적인 요소이자 기본이다. 또한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흐르지 않으면 썩는다는 특징 또한 리더십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지도자하면 소리를 지르고 무섭게 하는 것을 카리스마가 있으며 지도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서양 쪽이 특히 심한데, 반 전 총장은 반대로 자신을 겸손하게 하고 남을 존중할 때에 눈에 보이지 않는 리더십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일례로 미안마의 지도자 아웅산 수치는 2008년 싸이클론으로 인해 이틀 사이 20만의 사망자와 100만의 이재민이 발생했음에도 군사독재를 통해 나라의 문을 걸어 잠가서 국제적인 비난을 많이 받았다. 이에 반 전 총장이 미얀마에 방문해 문호를 개방해 도움을 주고자 했을 때 서양인 간부들은 독재정권에 가면 그 나라를 정당화하고 위상을 높여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을 이것을 정치적인 것이 아니고 사람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접근하였기 때문에 반대를 무릅쓰고 가서 인도적인 지원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지도자만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세계시민의식을 함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랍 스프링은 지도자가 아닌 일반 시민에 의해 발생했다. 아무 직업 없이 행상을 하던 튀니지의 젊은 청년이 경찰에게 부당하게 뺨을 맞고 모욕감을 이기지 못해 분신자살을 했고, 이것을 시발점으로 아랍 전역에 권위를 타도하는 바람이 불었다. 그 위세는 재작년 우리나라의 촛불시위와 같이 어마어마했음. 희대의 독재자 무바라크 대통령까지 물러나게 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결국 시리아에 이르러 진압당하고 말았다. 아랍 스프링의 사례를 통해 권력이 있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 또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미래지향적인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의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발등에 떨어진 것만을 생각하는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내년, 10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장 오늘을 살기 바쁘다. 취직이라는 벽을 간신히 넘고 나면 승진을 위해 달려가느라 눈앞의 것 밖에 보지 못한다. 그러나 앞에 닥친 것에 연연하면 미래의 일을 생각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생들은 일부러 바쁘더라도 5년 후에 무엇을 할지, 10년 후엔 어떤 사람이 될 지 로드맵을 그려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반 전 총장의 10년 동안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은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이다. 그는 우리나라나 미국, 유럽이 아무리 잘살고 있다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식으로 살아간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고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연구 자료를 토대로 증명까지 해주었다. 계속 지구의 환경을 파괴시키면 인류가 멸종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유엔이 받아들였고 여러 난관을 뚫고 노력하여 2015년 파리에서 세계기후변화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은 당사국들 간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고 각국의 입장만을 내세우기 때문에 체결하기까지의 과정이 매우 어렵다. 세계기후협정은 특히 195개국의 입장이 모두 달라 협정을 체결하기 최악인 조건이었다. 모든 나라들이 자국의 돈은 쓰지 않고 타국의 돈으로 우리의 하늘을 깨끗하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195개국 지도자들을 발로 찾아가 설득하고 품을 팔아서 그는 협상을 이뤄냈다. 이처럼 상위의 공동체를 생각하는 의식을 모든 지도자들이 가지고 파리 기후협약과 같이 미래를 생각하는 조치를 전 세계가 함께 더 해나가야 한다.


 셋째로 남과 소통해서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내 것만이 중요하고 내 것만 주장해선 세계시민이 될 수 없다. 언론의 보도자료를 보면 남녀, 남북, 빈부, 노사 등 사회 곳곳에 갈등이 너무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갈등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 하는데, 소통은 자기 자신이 먼저 하지 않으면 타인이 응하지 않는다. Lead by example, 즉 솔선수범하는 것이 이것을 위해 제일 중요한 자세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리는 가족, 학교, 직장, 정부 어느 집단이나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갈등은 권위를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남이 보았을 때 일리가 있는 말을 하려면 스스로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솔선수범을 통해 도덕적인 권위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직적인 사회구조가 만연해있는데 이것을 수평적인 권위구조로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네 번째는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남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종합적으로 생각을 해야 한다. 과거 70년대 우리나라 도로는 항상 공사 중인 모습이었다. 계획을 미리 세워 놓지 않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문제가 터지고 난 다음에야 해당 부분에 대한 보수를 처리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도 다르지 않다. 노사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남북문제도 핵과 경제를 비롯해 한 사안을 해결하면 다른 사안이 걸림돌이 된다. 애초에 큰 그림을 그려보고 전체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합적으로 사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예 중의 하나로 기후문제가 있다. 기후문제는 환경문제뿐만이 아니라 정치문제가 된다. 기후변화가 해결이 안 되면 전쟁까지 일어나기 때문이다. 통합적이 아닌 일차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이러한 주장을 이해하지 못한다. 수단은 기후변화로 인해 열대성 몬순이 사라져버렸다. 그로 인해 여름에 비가 오지 않아 나라의 총 강수량이 40-50% 가량 감소했다. 따라서 풀이 자라는 목초지의 면적이 현저히 줄었고, 자신 소유의 가축에게 목초지를 제공하기 위해서 목축업자들이 싸움을 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자신의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이웃 농민을 낫으로 죽이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욕구, 포부, 열정은 항상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공존해야 한다. 젊은 학생들이 높은 이상과 큰 꿈을 가지는 것은 젊은이만의 특권이다. 열정이 없는 젊은이는 젊은이가 아니다. 다만 열정(Passion)에는 연민(Compassion)이 꼭 동반되어야 한다. CompassionCom-은 같이, 함께의 뜻을 가진 접두사다. Compassion 없이 passsion만을 지니면 인생은 나쁜 길로 빠지고 만다. 히틀러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현재 국제사회에 만연한 자국주의와 민족주의 역시 어찌보면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꿈을 갖되 남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또 세계를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유엔 사무총장의 사명은 바로 스스로의 힘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 마음가짐을 직책 없이도 가져야 한다. 장관이나 대통령만이 지도자라는 인식은 잘못되었다. 시민단체 활동과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지도자이다.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더 나은 공동사회 세계를 위해 지구촌의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야 한다. 위의 5가지를 잘 조화하고 실천하면 성공한 사람, 존경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